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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없이 집 꾸미다 '텅장' 된다

바야흐로 쇼핑의 계절이 다가왔다. 매번 꼭 필요해서 고심 끝 장만한 물건인데도 대청소 때면 언제 샀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물건이 옷장이며 창고에서 혹은 거라지에서 속속 발견된다. 그러나 식료품에서부터 가구까지 클릭 한 번으로 1~2일이면 쇼핑 아이템이 현관문 앞까지 배송되는 요즘, 쇼핑의 유혹을 이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2014년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 되면서 자녀 장난감부터 종이 클립에 이르기까지 가구 당 소유한 물건은 평균 30만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인테리어를 위해, 월동 준비를 위해 다양한 주택 관련 아이템들을  사들인다. 그리곤 어떤 물건은 사놓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쇼핑 후 후회했으나 몇년 뒤 이를 잊어버리고 똑같은 물건 사길 반복하기도 한다. 최근 고뱅킹레이트(gobankingrates.com)이 게재한 주택 소유자들이 구입 후 후회하는 아이템들을 알아봤다.     ▶야외 놀이 기구     어린 자녀가 있는, 혹은 손자.손녀들을 있는 시니어들은 뒷마당에 멋진 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오랜 꿈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비싼 돈 들여 뒷마당에 나무 미끄럼틀이며, 그네를 갖다 놓으면 투자대비 실망만 안겨 줄 수 있다. 부동산 투자 회사 어위닝(awning.com)의 투자전략가 데니스 시르시코프는 "놀이 기구들은 적게는 2000달러에서 많게는 1만5000달러를 호가한다"며 "그런데 설치 후 한 달도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집을 팔때 다음 집주인에게 이를 싼 가격에 넘길 생각만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간이 실외 수영장   뒷마당 수영장에 대한 로망으로 간이 수영장(Above-Ground Pool)을 구입하는 이들도 적잖다. 그러나 큰 맘 먹고 비싼 돈 들여 이를 설치한 집주인들 역시 얼마 안가 후회한다고. 1년중 사용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반면 관리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 또 어린 자녀들 역시 얼마 안가 흥미를 잃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다 관리 소홀 시 주택 미관도 해친다. 시르시코프 투자전략가는 "간이 수영장은 관리 시간 대비  사용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며 "또 사용하지 않는 계절엔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 한번 철거 후 다시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말했다.     ▶야외 히터     팬데믹 기간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패티오, 뒷마당 등에서 사용 가능한 야외 벽난로, 화덕, 야외 키친 등 야외 생활공간을 위한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쌀쌀한 밤 혹은 겨울철 뒷마당 이용을 위해 히터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구입 후 후회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편이다. 부동산 개발업체 블루 래더(Blue Ladder) 빌 사무엘 대표는 "주택 야외 공간에 히터를 설치할 경우 건축법에 의해 특정 높이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막상 히터의 열기가 공중으로 분산돼 보온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며 "비용 대비 효율이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설치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급 가전   집 구입 후 혹은 주방 업그레이드를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가전제품 교체. 특히 글래스 도어와 와이파이가 장착된 스마트 냉장고, 레스토랑 스타일 오븐, 최고급 식기 세척기 등과 같은 고급 가전에 대한 로망이 있는 이들이라면 수천 혹은 수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가전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수백 달러짜리나 비싼 가전 제품이나 10년 쯤 지난 후엔 교체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인처럼 생각하기(Think like a REALTOR)' 저자 제이슨 겔리오스 부동산중개인은 "집 구매 후 대부분 주택 소유자들은 가전 제품 쇼핑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경향이 크다"며 "그리고 얼마 안가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전 구입도 부동산 구입처럼 얼마나 자주 편리하게 사용할지, 투자대비 효율은 어떤지를 꼼꼼히 살펴 본 후 구입을 결정해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형 가전   텅장(통장이 텅 비는 것) 유발 아이템은 비단 고가의 가전 제품만은 아니다.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기포트, 미니 오븐, 아이스크림 메이커, 브레드 메이커 등 구입만 하면 우리 집 주방이 전문 식당 혹은 힙한 베이커리로 변신할 것 같은 기대에 부풀어 산 많은 소형 가전 역시 얼마 안가 후회하게 되는 대표 아이템들. 더욱이 아마존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브랜드별 가격 비교는 물론 반짝 세일 등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인해 '이값은 안 사면 손해'라는 굳은 신념으로 무엇에 홀린듯 클릭을 부르게 한다. 와이버젯팅(whybudgeting.com) 데미안 서윈 대표는 "많은 이들이 에어프라이어, 믹서기, 슬로우 쿠커, 파스타 메이커 등을 주방 필수 가전이라 믿는다"며 "그러나 이미 알고 있듯 이런 제품들은 사놓고 캐비닛에 수년 간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 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제품들을 사기 전 얼마나 사용하게 될지, 이를 위한 예산 등을 미리 짜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주현 객원기자계획 아이템 쇼핑 아이템 뒷마당 수영장 주택 소유자들

2022-11-30

[이 아침에] ‘반려식물’이 된 소철나무

 우리 집 뒷마당 수영장 옆에 늙고 듬직한 소철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녀석이 우리 집으로 이사 온 지 40년이 넘었다.     내가 소철나무를 처음 만난 때는 60년 초 대학 시절이었다. 혜화동 사는 친구 집 한옥 현관 앞 화분에 키가 조그만 소철나무가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품위 있는 부잣집 기풍을 자랑하듯, 친구를 생각하면 집 앞 그 소철나무가 마음속에 선명한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있다.     이민 초창기에 화원을 운영했다. 화원 구석진 자리에 아무도 사 가지 않은 작고 초라한 소철나무가 있었다. 이파리 서너 개를 달고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렸다. 혼자 남아 있는 모습이 어미 잃은 강아지처럼 안쓰럽고 가여웠다.     생각 끝에 녀석을 우리 집에 데려오기로 마음을 정했다. 뒤뜰에 심은 소철은 날이 갈수록 자리를 잡아갔다. 땅 냄새를 맡고 잘 자라 어느새 뒷마당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옛날 친구 집 정원처럼 제법 의젓한 기품을 풍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몸체는 처녀 허리만큼이나 커졌고 투실투실한 잎새는 뒷마당 터줏대감으로 제격이었다.     밑동에는 많은 새 새끼들을 내렸다. 예쁜 놈은 화분에 옮겨 친구가 새집을 장만할 때 선물했다. 소철나무는 내 마음을 초록빛으로 물들여 주었다. 녀석을 볼 때마다 뿌듯했다.   소철은 작지만 천년을 사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했다. 철분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로 많이 키운다. 수컷과 암컷이 있는데 암컷은 주홍색 열매를 맺고 직사광선과 건조한 곳을 좋아한다. 나무의 잎이 봉황새 꼬리를 닮아 ‘봉미초’라 불리운다. 백 년에 한 번 피는 꽃, 행운의 꽃이라고도 부른다.   어느 해, 나무에 허연 수염 같은 털에 싸여 주홍색 밤 같은 열매가 달려있기도 했다. 해가 갈수록 성숙해 보이지만 어쩐지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 때는 새잎도 못 내고 볼품없이 보이기도 했다. 나이는 피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애들이 방학 때 집에 오면 소철나무가 너무 크고 늙어 보인다며 다른 나무를 심자는 제안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반대했다.       소철나무는 우리 가족이다. 나와 함께 늙어가는 말 없는 ‘반려식물’이 됐다. 함께 사는 햇수가 늘면서 같이 늙어가는 녀석의 모습에 신경이 쓰인다. 사람이나 나무나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고 익어간다. 녀석을 어떻게 관리해주는 게 좋은지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아침저녁 제법 쌀쌀하다. 뒤뜰로 나와 소철과 대화를 나눈다. 우리 집 뒷마당을 녀석이 지키고 있다. 수문장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꿋꿋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든든하다. 살다 보면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그 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볼품없다고 밀쳐 두었던 나무였다. 녀석을 홀대했던 때가 있었다. 새삼 미안하고 부끄럽다.      낯선 땅에 뿌리 내려 사느라 힘들었던 삶을 돌아본다. 오늘도 우리 집 소철나무에 실바람이 살랑거린다. 푸른 잎 끝에 벌새 한 마리 앉아 쉬고 있다. 이미자 / 수필가이 아침에 반려식물 뒷마당 터줏대감 뒷마당 수영장 뒷마당 풍경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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